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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연구주기는 얼마가 적당한가

1년에 몇편의 논문을 써야 유능한 과학자일까요? 1년에 1편 쓰는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1년에 40-50편 쓰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물론 1년에 한편도 안쓰는 과학자도 있고, 많은 과학자 분들이 1년에 10편 이내의 논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

1년에 50편을 쓰는 과학자는 거의 없는데.. 만일 있다면 거의 1주일에 1편의 논문을 생산하는 겁니다. 이건 거의 과학이 아니라 정말 생산이라고 할 수 있죠. 좋게 말해 지식 생산이지 논문 생산이 더 적합한 표현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산 능력이 가능한가 하면 바로 사이즈의 경제학이 논문 생산성에도 적용됩니다. 더 큰 그룹일수록 더 많은 과학 인력이 있고 더 많은 논문을 생산하며 더 많은 연구비를 지원 받습니다. PI (Principal Investigator)가 모든 논문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상당히 잘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유능한 PI의 감독하에 효율적으로 다작의 논문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과학자의 연구 논문이 반드시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의 과학자들은 1년에 1-2편의 논문에 책임저자 (주저자: corresponding author)로서 집중하고, 지도학생에 여유가 있다면 4-5편의 논문을 주저자로 작성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스케쥴도 매우 빡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을 지도해서 평균 3개월에 1편의 논문을 완성하는 것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과학자의 연구 논문이 반드시 질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려면.. 소위 임팩트 있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한 주제에 대해 몇년을 연구기간으로 잡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보기에 정답은 익힐수록 좋다인 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고민하고 해결해서 완성한 논문은 아무래도 시류에 편승한, 유행을 타는 주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의 깊이도 짧을 것 같습니다.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짧게는 2-3년, 길게는 6-7년까지 고민하며 해결한다면 더 임팩트있는 성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NSC (Nature, Science, Cell) 저널에 받여들여질 확률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과연 과학자들이 6-7년씩 한가지 문제를 고민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와 같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그런 일이 과연 용인될까요? 한 과학자에서 6-7년씩 묻지마 지원이 허락되는 연구환경, 연구지원제도가 대중에 받아들여져야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영리한 과학자라면 자체적으로 그런 지속성 연구가 가능하도록 시간과 자원을 분배할 것 같습니다.